감추지 않고 가르치기 위하여
21년간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가르쳤다. 되돌아보면 너무 부족하고 부끄럽게 가르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. 은퇴 후에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. 이제부터는 부끄럽지 않게 가르쳐 보려고 디지털 강의실로 들어왔다.
디지털에 기록을 남기려니, 나의 모습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된다. 삶의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는데, 이제부터는 그동안 가려왔던 나의 본모습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. 디지털 세상에서 발가벗겨지는 것이 두렵지만,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.
조심스럽다. 감추지 않고 산다는 것이 참 어려워 보인다. 최선을 다해 열어놓고 보여 주며 살아야지. 그래도 나의 깊은 곳에서는, 내가 나를 가리고 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.
이 장을 열어가면서 나를 속이지 않으려는 것이 하나 있다. 돈을 위함이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것 — 이것이 참 어렵다.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.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다.
그동안 가르쳐 온 나름의 교육하는 기술이 나에게 있다. 나만의 생각과 의도가 있고, 이해시킬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 있다. 나만의 특별한 것들이 있다. 그것들을 잘 정리하여 전달하면, 전기전자공학을 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.
그래, 앞에서 말한 디지털 세상에서의 투명성은 전기전자공학뿐만 아니라 모든 공학과 학문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필요한 것임을 말하고 싶다. 나도 처음 학문을 접할 때, 나도 모르게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해석할 때가 너무 많았다. 진리를, 또는 학문을 오해하여 너무 한참을 돌아왔던 경험이 있다. 이런 이야기도 후학들에게 꼭 해 주고 싶다.
솔직한 마음자세가 너무 중요한데,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. 내가 내 마음을 어떻게 속이고 있다는 말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되고 감도 안 잡힌다.
자기가 자기를 속이고 있어도,
속고 있는 줄을 모른다는 말이다.
— 김진선